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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연극배우 박동욱 "인디아블로그는 마약 같은 공연"

오는 28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서 공연

등록: 2016-02-19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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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동욱의 옆얼굴
(서울=포커스뉴스)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연극배우 박동욱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2.18 김유근 기자 kim123@focus.kr
 

(서울=포커스뉴스) "연극 '인디아블로그'는 저희가 직접 인도에 다녀온 경험을 바탕으로 대사를 쓰고 이야기를 만든 작품이에요. 저희가 만든 작품이다 보니 대사를 바꾸는데 두려움이 없어요. 공연하면서 매번 수정하니 대본만 두 박스 넘게 쌓여 있을 거예요."

'본격여행조장연극'이라는 수식어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연극 '인디아 블로그'. 그 시작부터 함께 한 배우 박동욱을 18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연극 '인디아 블로그'는 사랑하는 그녀와의 기억을 따라 다시 인도를 찾은 찬영(박동욱 분)과 떠나버린 그녀의 발자취를 따라 처음 인도에 온 혁진(전석호 분)의 여행 이야기다.


'본격여행조장연극'으로 불리게 된 데는 배우들의 역할이 컸다. 배우들이 직접 인도를 여행하며 보고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그대로 대본에 담아내 현실감 가득한 연극을 선보여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내서다. 관객들에게 인도의 매력을 전달해주고 싶어 하는 배우들의 의지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인디아 블로그는 관객을 함께 데리고 가야되는 연극이에요. 시청만 해서는 느낄 수 없죠. 그래서 공연하는 날 분위기가 좀 무거울 것같다 싶으면 바람잡이 역할도 해요. 공연이 끝나면 문 앞에서 인사하며 관객들의 표정을 살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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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인디아 블로그'에서 찬영 역을 맡은 배우 박동욱(왼쪽)과 혁진 역을 맡은 배우 전석호의 공연 모습. <사진제공=스토리피>

연극의 하이라이트는 조명이 꺼진 깜깜한 무대 위를 환하게 비춰주는 별. 사막의 하늘이다. 두 배우 박동욱과 전석호는 90년대 노래를 들으며 따라부르다 감성 듬뿍 젖은 자작시를 읇는다. 마냥 장난꾸러기같던 둘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진다. 아름다운 별빛에 무장해제당한 둘은 가슴 속 담아둔 사랑을 조심스럽게 꺼낸다.

박동욱의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 역시 사막의 하늘이다. 실제 인도에서 사막여행을 했을 때를 떠올리며 "눈물이 나올 만큼 좋았다"고 한다.

 

"사막 장면이 제일 좋아요. 사실 지금 무대가 너무 아쉬워요. 그 수많은 별들을 무대에서 표현할 수가 없었거든요. 인도여행 중 사막에서 얘기하다가 울컥하더니 그냥 눈물이 막 났어요. 너무 좋아서 눈물이 나오는데 그 느낌이 너무 좋은 거예요. 이게 뭐지 싶다가 내가 한국에서 많이 힘들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막 장면에서 그때 느낌을 잘 담고 싶은데 아직 아쉬워요. 백 퍼센트 완벽하진 않지만 많은 분들이 사막 장면을 보고 그런 느낌을 가지시는 것 같아 그 장면이 제일 좋아요."

박동욱은 지난 2011년 연극 '인디아 블로그'를 시작으로 '터키 블루스' '인사이드 히말라야' 등 거의 매년 여행연극에 출연했다. 연출가와 함께 직접 집필에 참여할만큼 작품에 대한 애정도가 남다르다.

"처음에는 연출가가 시켜서 했는데 지금은 이것만 하면서 살고 싶어요. 공연을 해야 하는데 여행도 갈수 있고 여행을 갔다 와서 내가 한 여행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들려줄 수도 있잖아요. 진짜 잘 맞아떨어져 저희가 '오늘 너무 재밌다’'라고 느끼는 순간에는 진짜 마약같아요. 하고 싶은 거 다하고 애드립도 막 나오고 하죠. 관객들이 인도간다고 말하면 기분좋고 재미있고 뿌듯해요."

 

공연하면서 마냥 좋기만 한 건 아니었다. 배우들이 직접 만든 작품이라 공연 때마다 부족한 점을 누구보다 스스로 더 잘 안다. 잘 안됐던 점을 매일 점검하면서 공연에 반영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배우로서 항상 같은 기분을 유지하고 관객들에게 같은 기운을 전달하는 것도 힘들다.

 

"얼마 전 할머니가 돌아가셨어요. 설 전날 공연 끝나고 친구들하고 밥먹고 있는데 전화가 왔어요.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고. 다음날 낮공연이 있었는데 장례식장에서 밤새고 공연하러 갔죠. 그럴 때는 공연 분위기가 완전 달라져요. 얘기하다가 울기도 하고…."


포즈 취하는 박동욱
(서울=포커스뉴스)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연극배우 박동욱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2.18 김유근 기자 kim123@focus.kr

박동욱은 계원예술고등학교,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자연스럽게 연극무대로 들어섰다.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물었다. "춤추고 노는 걸 좋아해서"라는 간단명료한 답이 돌아왔다.

이유는 단순했지만 의지는 단단했다. 그는 부모님 반대로 예술고등학교 진학에 실패한 뒤 인문계 고등학교로 진학했다. 공부를 좀 했다는 게 예술고등학교에 못 간 이유였다. 단념할 뻔 했던 꿈에 다시 불을 지핀 건 역시 무대였다.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한 친구 공연을 보러갔다 진짜 무대를 마주한 그는 결심을 실행에 옮겼다.

 

"친구 공연을 본 다음부터 예고를 보내달라고 학교에서 계속 꼴찌를 했어요. 오디션이 있었는데 부모님께서 합격하면 보내주겠다고 해 참가했죠. 다행히 합격해 예고로 전학갔어요. 연기에 '연'자도 몰랐는데…. 그렇게 처음 시작했어요."

고등학교 3년 내내 무대를 만들고 정기공연을 했던 동기들은 각자 뿔뿔이 흩어져 만날 기회가 별로 없다. 그래도 여전히 각별하다. "우리끼리 공연 한번 하자"고 했던 다짐을 실현하는 게 박동욱의 소소한 꿈이다.

"매번 모여 우리끼리 공연 한번 해야지 이야기해요. 너무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제가 한번 움직여 보려고요. 작품은 다 썼어요. 실제 과거 친구들과의 관계를 다룬 내용이예요. 변해버린 우리의 느낌들에 관한 이야기, 현실에 어쩔 수 없이 변해가는 우리의 모습들을 담았어요."

친구들의 반응은 처음에는 "별로"였다고 한다. 하지만 본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내용이다 보니 결국 "이렇게 바꾸는 건 어떨까"라고 의견을 내며 자연스럽게 작품에 참여하고 있다.

"그래서 연극이 좋아요. 혼자 써서 올리기보다 배우들이 창작해 연극을 살아있게 만드는 그런 작업들이 있으니까요. 연습하면서 노는거에요. 서로 이야기하며 만들고…. 특별할 건 전혀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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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인디아 블로그'에서 찬영 역을 맡은 배우 박동욱(왼쪽)과 혁진 역을 맡은 배우 전석호의 공연 모습. <사진제공=스토리피>

연극 '인디아 블로그'는 오는 28일 공연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애착을 가졌던 만큼 마지막 공연을 향해 가는 길에 아쉬움이 묻어난다.

 

"사실 이 작품을 다시 한다고 했을 때 그리 반기지 않았어요. 조금더 나이먹고 마흔살 정도 돼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때 하자고 생각했거든요. 막상 시작하고 나서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 될 거 라고 생각하니 아쉬워요. 이 공연이 아니라면 또 인도에 갈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들고…. 내가 기록해놓은 기억들을 더이상 봐주는 사람이 없겠구나. 과거로 흘러가버리게 될꺼라고 생각하니 점점 더 아쉬워지고 있어요."

마지막 공연이 다가올수록 박동욱의 기억 속에 더욱 선명해지는 사람이 있다. 바로 관객이다.

"연우극장에서 처음 공연 했을 때 하루도 안 빼먹고 오셨던 분이 있어요. 어느 순간부터 오지 않으시는데 그분이 참 기억에 남아요. 처음 공연을 올렸을 때 관객이 열명 남짓 됐어요. 속상해 울기도 했죠. 그렇게 힘들 때 매일 와주셨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분이 정말 큰힘이 됐어요. 끝나야 되는 시점이 되니 그분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그분 뿐 아니라 누나들부터 동생들까지 자주 오셔서 저희한테 힘이 되는 분들이 있어요. 그분들을 위해서라도 잘 마무리하고 싶어요."

두 남자의 진짜 인도 여행이야기가 듣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친절한 두 배우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조승예 기자 sysy@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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