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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人 이준익 감독, 왜 '윤동주-저예산-박정민'을 선택 했을까

'사도'의 19분의 1의 예산으로 '동주' 제작
"송몽규 역, 박정민은 대중에 알려지지 않고, 검증된 배우"

등록: 2016-02-14 05:02  수정: 2016-02-14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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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울=포커스뉴스)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동주'의 이준익 감독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2.12 김유근 기자 kim123@focus.kr

 

(서울=포커스뉴스) 이준익 감독이 참 행복한 미소를 보였다. 오는 2월 17일 '동주'의 개봉을 앞두고 만난 자리였다.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다. '동주'에서 함께한 강하늘 역시 "이준익 감독님의 그렇게 행복해 보이는 모습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 말에 이 감독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다. 부담감이 훨씬 적기 때문에."

 

이준익 감독이 11번째 작품의 메가폰을 잡았다. 10번째 연출작은 사도세자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사도'였다. 송강호와 유아인이 주연을 맡았고 약 95억원 정도의 제작비가 든 작품이다. 뒤이어 찍은 작품이 바로 '동주'다. 강하늘과 박정민이 주연을 맡았고 제작비 5억원으로 완성한 작품이다.

 

'사도'의 제작비의 19분의 1인 저예산이다. 적은 예산에 빈틈이 보일까 흑백화면을 택했다. 이는 기록으로 남아있는 윤동주의 사진을 보며 떠올린 아이디어다. 그의 선택에 대중이 작품을 대하는 시선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작품 속에 담긴 감독의 마음은 어느 때보다 크다.

 

"우리는 숫자로 모든 결과가 규정지어지는 사회에 살고 있다. 나 역시 거기서 자유로워질 수가 없다. 영화가 개봉했을 때, 상업적 결과에 대한 부담감은 사람을 경직되게 만들기 때문이다. 과정 속에는 확신과 자신감이 있었지만, 항상 결과를 맞이할 때는 초조, 불안함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윤동주라는 시인을 영화화하는데 숫자에서 오는 부담감을 안는 건 옳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동주'를 만들기 전부터, 저예산 영화 장르를 택했다."

 

영화감독 이준익
(서울=포커스뉴스)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동주'의 이준익 감독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2.12 김유근 기자 kim123@focus.kr

 

윤동주를 영화화해야겠다는 마음이 든 것은 일본 교토 도시샤 대학에 있는 윤동주 시비를 봤을 때였다. "우리나라 사람이면 모두 윤동주의 시를 좋아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일본에서도 윤동주의 시비를 세울 정도로 그를 좋아한다. '이게 뭐지?' 싶었다. 윤동주를 좋아하고 시를 사랑하는데 그가 어떻게 죽었는지, 그의 삶에 관해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 죄스럽고 창피했다. 그래서 그의 시가 이 땅에 남게 된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 과정 속에는 송몽규가 있다. '동주'는 윤동주(강하늘 분)과 송몽규(박정민 분)의 삶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송몽규는 윤동주의 외사촌이었고 친구였고 동료였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에게 송몽규의 이름은 낯설다. 같은 시대의 동갑내기 두 사람은 달랐다. 윤동주는 시를 향했고, 송몽규는 조국 독립이라는 강한 목표로 세상을 향했다.

 

"인간은 관계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존재다. 형제 사이도, 친구 사이도 마찬가지다. 윤동주 역시 자신이 체험한 것 안에서 그 시를 썼을 거다. 그렇기에 그 시가 향하는 것은 자기가 처한 시대일 수밖에 없다. 또한, 그 역시 인간이기에 자기와는 다르지만, 너무나 가까웠던 송몽규와의 관계 속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면도 분명 있었을 거다. 영화 '동주'는 많은 부분 몽규와의 관계 속에서 동주를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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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에서 송몽규 역의 박정민, 윤동주 역의 강하늘, 연출을 맡은 이준익 감독이 기념 촬영 중이다. 사진은 '동주' 스틸컷. <사진제공=메가박스 플러스엠>

 

그렇기에 제목은 '동주'지만 '몽규'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송몽규와의 관계 속에서 윤동주를 보여준다는 말은 윤동주와의 관계 속에서 송몽규를 보여준다는 말이기도 하다. 송몽규는 일제 사법부가 용서할 수 없는 사상범이라고 분류한 인물이다. 그의 판결문과 취조 기록을 월보에 따로 남겨두기까지 했다.

 

이 감독은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없어 사람들의 기억에서 낯선 이로 남은 송몽규를 알리고 싶었다. 이를 위해서는 그를 감당할 수 있는 배우가 필요했다.

 

"송몽규 역을 캐스팅 하는 데에는 두 가지 기준이 있었다.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 그리고 믿고 맡길 수 있는 검증된 배우. 송몽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인데, 낯익은 배우를 쓰면 몽규보다 배우로 보일 것 같았다. 박정민은 '전설의 주먹'과 '신촌좀비만화'를 통해 알게 됐다. 특히 '신촌좀비만화'를 보고 깜짝 놀란 기억이 있다. 독립영화계에서는 이미 정평이 나있는 배우다. 송몽규 역을 두고 생각한 두 가지 기준에 정말 딱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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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늘과 박정민이 영화 '동주'에서 각각 윤동주와 송몽규 역을 맡아 열연했다. 사진은 '동주' 스틸컷. <사진제공=메가박스 플러스엠>

 

'동주'의 클라이맥스를 만드는 것은 두 주인공, 강하늘과 박정민이다. 이준익 감독은 어느 한쪽에 경중을 싣지 않았다. 대신 이들을 심문하는 일본 고등형사(김인우 분)의 말에 답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교차로 보여주면서 영화의 목표를 관객에게 전한다. "우리나라가 취한 태도를 이야기 반성하고 싶었다"는 그다.

 

"우리는 지난 70년 동안 일제 강점기에 대해 끊임없이 피해자의 하소연과 억울함만 이야기했다. 가해자에 대해 정확히 분석해서 그 모순과 부도덕성을 지적하고 치밀하게 추궁하지 않았다. 그래서 일본 고등형사에게 굴하지 않았던 몽규와 동주를 그대로 옮겨왔다. 이들을 보면서 우리가 소홀했던 것에 반성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동주'는 어두운 시대를 치열하게 살았던 두 청춘을 보여준다. 이를 보면서 나이를 떠나 관객이 자신만의 참회록을 쓰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윤동주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보자'했던 거울 속에 관객 각자의 삶이 비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준익 감독은 "'동주'가 사회적 기능을 할 수 있다면, 세대가 만날 수 있는 광장 같은 역할 아닐까"라고 말한다.

 

"요즘 젊은 친구들에게 오죽하면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될까. 어려운 시절과 직접 대입해서 '너희가 그 때보다 덜 아프지 않냐'라는 건 폭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동주'가 20대도 50대도 만날 수 있는 광장 같은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서로의 다름이 개입하지 않는 시공간, 20대의 배우와 50대의 감독이 어떤 비교도 차이도 느끼지 못했던 '동주'의 촬영 현장처럼 말이다. 그때처럼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왜냐면 시대를 떠나 모두가 사랑하는 시인 윤동주의 이야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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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늘과 박정민이 영화 '동주'에서 각각 윤동주와 송몽규 역을 맡아 열연했다. 사진은 '동주' 메인포스터. <사진제공=메가박스 플러스엠>
 


조명현 기자 midol13@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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