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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동주' 박정민 "송몽규 선생님 묘소, 작품 잘해보려고 갔는데 부끄러워"

박정민 "연기에 대해 고민할 때, 기적처럼 만나게 된 작품 '동주'"
"송몽규 선생님을 만나서 그나마 부끄러움을 알게 된 거 같아"

등록: 2016-02-09 08:00  수정: 2016-03-11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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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 조각같은 외모 과시
(서울=포커스뉴스) 2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동주'의 배우 박정민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2.02 김유근 기자 kim123@focus.kr

 

(서울=포커스뉴스) "송몽규 선생님 묘소 앞에서 사실 '오지 말 걸' 생각이 들었어요. 정확히는 '그런 마음으로 오지는 말걸' 이라고요. 저는 '동주'라는 작품을 너무 잘하고 싶어서 간 거거든요. 고작. 연기 한 번, 잘 해보겠다고. 거기 선 순간 그 마음이 너무 부끄럽고 죄송했어요."

 

박정민이 고개를 숙였다. 그는 '동주'에서 송몽규 역을 맡아 묘소를 찾아갔었다. 절박한 마음에서였다. 하지만 그는 후회했다. "광복절 같은 날, 정식으로 가서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를 드렸어야 했는데. 처음 그런 마음으로 그렇게 찾아간 것이 너무 부끄러웠어요." 이후에도 그는 인터뷰 중 몇 번이나 "부끄럽다"고 말했다.

 

"안타깝게도 '동주'의 대본을 받고 난 다음에 (송몽규 선생님을) 알게 됐죠. 그래서 '동주'를 보신 관객에게는 꽤 오랫동안 기억에 남게 해 드리고 싶었어요. 잘 됐는지는 모르겠어요. 정말 치열하게 사셨던 분 같아요. 내가 그렇게 뜨거운 적이 있었나 부끄럽기도 하고요."

 

박정민이 '동주'에서 보여준 송몽규는 윤동주보다 약 삼 개월 먼저 태어난 인물이다. 사촌이면서 가까운 친구이기도 했다. 그는 어두웠던 시대, 일본의 교도소에서 생을 마감하기까지 일제에 온몸으로 맞섰다. 하지만 오늘날 그의 이름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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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이 영화 '동주' 에서 송몽규 역을 맡아 열연했다. 사진은 '동주' 스틸컷. <사진제공=메가박스 플러스엠>

 

"'동주'에서 그런 대사가 있어요. '부끄러움을 아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게 정말 부끄러운 거다.' 참 다행인 건 이분을 만나서 그나마 부끄러움을 알게는 된 것 같아요. 그전에는 아예 몰랐으니까요. 하루하루 살아가는 데 급급했죠. 많이 배웠어요. 예전에는 '나는 왜 이래' 고민만 했다면 지금은 '뭐가 잘못된 거지?, 내가 뭘 해야 하지?'라는 생각까지 하게 돼요."

 

'동주'는 박정민에게 기적 같은 작품이다. '동주'를 만난 건 그가 배우라는 업을 내려놔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박정민은 19살 때 스스로 극단을 찾은 뒤, 고려대학교를 그만두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진학하며 배우라는 길을 선택했다. 세상이 보는 좋은 학교를 물리치고 택한 길이었다. 그는 여전히 연기는 너무 사랑하지만, 상황이 힘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때 그에게 다가온 기적이, 가장 치열하게 젊음을 태운 송몽규 였다.

 

"업에 대한 고민을 작품에 다 풀어버렸어요." 박정민은 그 말처럼 '동주'에 치열하게 임했다. 송몽규의 묘소를 찾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19회 차라는 짧은 촬영 기간 잠을 이룰 수도 없었다. 송몽규를 처음으로 소개한다는 책임감은 무거웠다. 혹시나 대본에서 새로운 것이 나올까, 온종일 대본을 봤다. 몽규에 집중하기 위해 혼자 있는 시간을 많이 만들었다. 한 장면에 기본 3가지 이상의 연기를 준비했다.

 

"밤에 준비하고 아침에 다시 검토하며 쳐낼 것 쳐내고. 이 과정을 계속 반복했어요. (황)정민이 형이 배우는 여러 가지를 준비해 가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하나만 열심히 준비했는데, 그게 아니면 어떡하느냐고. 맞는 말씀이잖아요. 배우라면 계속해서 작품이 강해질 무기를 줘야 하는데, 잘못 간 칼 하나 들고 가서 싸우려고 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몽규가 동주를 찾아가 2층 창문 아래서 '가자'고 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때 대본의 대사가 '가자, 어디로? 고향으로'였어요. 그런데 정말 절박해 보이려면 '고향으로'보다는 '우리 고향으로', '우리 마을로'라고 하면 어떨까? 사소하지만 이런 경우의 수들을 계속 고민했어요."

 

박정민, 시인 윤동주의 라이벌 몽규의 눈빛
(서울=포커스뉴스) 2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동주'의 배우 박정민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2.02 김유근 기자 kim123@focus.kr

 

박정민은 고민 속에 '동주' 촬영을 마쳤다. '동주'는 애정과, 책임감만큼의 압박감이 함께했던 작품이다. 그만큼 가슴에 깊이 남았다. 박정민은 "몇 년 유통기한이 늘어난 느낌? '동주'를 통해 얻은 게 있으니까 당장 힘들다고 끝을 생각하지 말고, 좀 더 싸워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말한다.

 

"'동주' 하면서 연기 되게 재밌구나. 다시 느꼈죠. 제가 사실 좀 냄비근성이 있어요. 깨작깨작하다가 그만둬요. 어떻게 보면 가장 오래 꿈꿔왔고, 오래 하는 일이 배우가 된 것 같아요. 제가 똑똑한 척하고, 많이 배운 척하고, 공부도 잘했다고 하지만 사실 멍청한 사람이에요. 진심으로 뭔가를 느껴서 '아'하고 깨닫는 게 좀 느리거든요. 그런데 배우를 하면서 하나씩 깨우쳐요. 이렇게 느린 나에게 배우라는 것이 정말 도움이 되는 일이기도 한 것 같아요."

 

박정민은 캐릭터에 맞춰서 얼굴을 달리한다. '동주'를 보고 며칠 후에 본 '순정'에서 한참 뒤에나 순박한 어촌 청년 용수가 그인 것을 알았다. 박정민은 인터뷰 중 즉흥 연기를 펼치기도 했다. 기자 역을 하면 절대 이렇게 하지 않을 거라며, 목을 쭉 빼고 '나 질문한다' 태세를 갖췄다. 이 모두는 아마도 그가 연기에 대해 품은 생각 중 하나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절대 멋있어 보이려고 하지 말자. 예를 들어서 주인공 옆집 형 역할이면, 관객이 '우리 옆집 형인 줄' 할 때가 있잖아요. 아까처럼 연기하면 그걸 보시는 기자분들은 '기자가 누가 저래'라고 생각하시잖아요. 제가 맡은 역이 기자면, 정말 기자 같은 사람이 되고 싶은 거예요. 관객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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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이 영화 '동주' 에서 송몽규 역을 맡아 열연했다. 사진은 '동주' 스틸컷. <사진제공=메가박스 플러스엠>
 


조명현 기자 midol13@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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