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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현 감독 "검은 사제들2 제작요? 아직은…"

"김윤석과 강동원은 좋은 장면을 만들어주는 노련한 배우들"
"구마의식이라는 무거운 소재에 인간을 긍정하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

등록: 2015-11-18 10:33:59  수정: 2015-11-18 14:5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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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장재현
(서울=포커스뉴스)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로길의 한 카페에서 영화 '검은 사제들'의 장재현 감독이 인터뷰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2015.11.17 김유근 기자 kim123@focus.kr
 

(서울=포커스뉴스) "김윤석과 강동원은 노련한 배우들이다. 나보다 연기를 많이 했고 경험이 많다. 속된 말로 나는 현장에서 '판'만 깔아 놓고 제일 좋은 것을 받아먹으면 됐다. 촬영 중 이들에게 선을 긋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배우들이 만족할 때까지 '오케이'를 외치지 않았다."


'검은 사제들'은 장재현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장 감독은 '검은 사제들'에 대한 많은 부분의 고민을 배우들을 통해 내려놨다고 말했다. '검은 사제들'은 악령에 씐 소녀 영신(박소담 분)을 구하려 김신부(김윤석 분)과 이를 돕는 보조사제 최부제(강동원 분)이 미스터리한 사건에 맞서는 이야기를 담았다.

구마의식(악령을 물리치는 의식)에 대한 부분도 한국영화에서 첫 시도였다. 장 감독이 이를 떠올린 것은 명동의 한 패스트푸드 점에서였다. 창밖에 신부님 한 분이 초조한 듯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선명하게 보이는 것은 검은 사제복에서 빛나는 로만 칼라(가톨릭 사제의 옷에 사용된 딱딱하게 세운 칼라)의 흰 부분이었다. 막연하게 이렇게 수많은 사람 중 그가 세상을 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은 구마의식으로 이어졌다.

"처음 시나리오 쓸 때는 반 이상이 구마의식이었다. 그런데 기본적 서사를 만들고 캐릭터에 감정을 주다 보니, 구마의식이 줄어들었다. 관객들이 '엑소시스트'를 생각하시는데 오히려 그 영화에서 구마 장면은 더 짧게 그려진다. 한국영화 중 좋은 표본이 있었다면 오히려 힘들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데이터도 없고, 첫 도전이라 걱정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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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현 감독을 비롯해 배우 김윤석과 박소담이 영화 '검은 사제들' 촬영 중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구마의식을 한국적 정서로 녹였다. 장 감독은 구마의식에 '굿'과 '무당'이라는 무속신앙을 접목했다. 실제로 최부제가 영신을 만나러 들어가기 전에 그 방에 있었던 것도 무당이다. 무당의 하혈 장면은 '자, 한번 덤벼봐라'하는 악령의 강한 기운을 예고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어찌 보면 서양의 것이고 동양의 것이지만 엑소시즘과 굿에는 비슷한 뉘앙스가 있다. 동양은 '방울'을, 서양은 '종'을 쓰는 차이랄까. 무당이 굿을 끌고 가면 영매는 신을 받아 통역해준다. 이처럼 김신부가 무당이라면 최부제는 신의 언어를 통역하는 영매 역할을 한다. 

 

조금 더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김신부는 '세습무'(조상 대대로 무당의 신분을 이어받아 무업을 수행하는 무당)라면 최부제는 '강신무'(신병을 통해 입문한 무당)다. 김신부는 스승부터 물려받았고, 최부제는 과거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며 운명적으로 구마의 길을 걷게 된 사제다."

악령은 영신의 몸에서 라틴어, 독일어, 중국어, 한국어로 이야기한다. 여기에도 나름의 의도가 있었다. 장 감독은 "악마라는 건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박소담이 다중인격 캐릭터처럼 연기하기를 바랐다"라고 말했다. "독일어는 좀 날카로운 느낌으로, 중국어는 여성스러우면서도 의뭉스럽게 유혹하는 느낌으로, 라틴어는 권위적인 느낌을 살리고 싶었다."

"기본적으로 영신이가 하는 대사들은 성경책에 나오는 걸 많이 차용했다. 무엇보다 악마라는 존재성이 굉장히 중요했는데 이는 '동물의 왕국'을 보며 생각했다. 사자가 새끼 사슴을 잡아먹는 장면이었는데, 어미 사슴이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가더라. 반면 사람은 자기가 죽을 줄 알면서도 다른 사람을 구하지 않나. 어떤 면에서 동물이 오히려 논리적이다 느꼈다. 그래서 악령이 더 정확한 숫자와 논리적인 말을 사용하게끔 그렸다."

영화감독 장재현
(서울=포커스뉴스)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로길의 한 카페에서 영화 '검은 사제들'의 장재현 감독이 인터뷰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2015.11.17 김유근 기자 kim123@focus.kr

장 감독은 논리적이지 않은 인간의 본성을 긍정한다. '검은 사제들'의 의미를 "아무도 모르는 어두운 곳에서 세상을 구하는 두 남자의 이야기"라고 말했던 것처럼 말이다. 구마의식을 담은 새로운 도전을 한 작품에서 그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휴머니티다.

"무거운 소재지만 긍정의 에너지를 주고 싶었다. 슬픈 눈물이 아니라 뭉클한 눈물을 머금기를 바랐다. 오히려 이런 영화에서 긍정의 에너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휴머니티를 노골적으로 보여주면 촌스럽겠지만, 인간을 가장 긍정하고 싶었다. 대사로도 정확하게 나오지 않나. '우리는 인간을 긍정한다'고. 김신부도, 최부제도, 악마를 붙잡고 있는 영신이도 희생을 한 거다. 그런 희생이 가장 악마를 두렵게 하는 것 같다."

그가 담으려는 에너지는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 마음을 느낀 순간이 있다. '검은 사제들'로 무대 인사를 설 때였다.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하는 인사와 영화가 끝난 후에 하는 인사의 관객 에너지가 달랐다. "영화가 끝나고 바로 인사를 하러 들어갔는데 관객들의 눈빛을 보니 짜릿하더라. 사람들이 몰두해서 보고 났을 때의 느낌이었다. 그 느낌을 잊지 못할 것 같다."

감독으로 성공적인 출발을 알렸다. 그는 서두르지 않을 계획이다. 앞서 이야기가 오간 '검은 사제들2' 이야기도 아직은 접어둘 계획이다. 그는 "아직 '검은 사제들'을 끝낸 느낌이 아니다. 관객들 리뷰를 보면서 공부를 하고 있다. '이런 걸 좋아하는 구나'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이런 점을 보완했으면 더 좋았을 걸' 아쉬워하기도 한다"라고 말한다.

"관객들이 생각보다 더 디테일하게 보신다는 것을 배웠다. 그런 면은 감독에게 참 용기가 된다. '두 번, 세 번 보니 좋은 게 보인다'는 리뷰가 기억에 남는다. 정말 관객들에게 감사하다. 지나가는 장면에서 고생해서 만든 디테일을 봐주신다는 게 보상받는 느낌이 든다. '앞으로 더욱 긴장하며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라고 느끼는 요즘이다."


조명현 기자 midol13@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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